원래 네이버 블로그가 외국어 전용이었고, 이 블로그는 게임 전용으로 팠는데👀 게임 자주 하면서도 게임 잡담은 잘 올리지 않게 되니 근본 취미인 외국어도 여기에 올려보기로 했다. 취미 연습장으로 써볼 생각(사실 그마저도 얼마나 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뭐... 내키면 전공으로 배운 러시아어 기초 자료도 올리게 될 수도 있는데, 미래의 내가 얼마나 부지런을 떨 수 있는지에 달렸다.
일단, 내 근본 취미인 외국어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 과거부터 한길만 팠던... 과거를 주절거려 볼까 한다🥲
중학교 시절, 나는 종합학원을 다녔다. 1교시에는 영어나 수학, 2교시에는 국어나 사회, 과학을 알려주는 평범한 학원이었다.
학원에서 숙제로 오답 노트를 내줬다. 내가 이 문제를 왜 틀렸는지, 제대로 정답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쓰는 거였다.
어느 날, 그 오답 노트에 영어 담당 선생님이 이런 말을 써줬다.
ㅇㅇ이는 영어를 잘하는구나. 너는 외고를 가면 딱 맞겠다.
지금은 그 선생님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데, 노트에 써주신 그 말만은 생생히 기억난다. 그 선생님은 알고 있을까? 자기가 한 말이 한 학생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우리 아빠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일을 했다. 다섯 살 때부터 나한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미래에는 외국어를 따로 하지 못해도 컴퓨터가 알아서 통역해 주는 세상이 올 거라고. 그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장녀는 외고에 갔다.
물론, 당시 외고는 외국어를 좋아하는 친구들만 가는 곳이 아니었다. 학구적인 분위기와 상위권 대학 진학률만 보고 다들 외고에 오곤 했다.
전공 외국어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던 친구들도 많았다. 나는 영일본어과를 다녔는데, 3년 동안 수업을 듣고도 가타가나를 못 읽는 친구들이 제법 있었으니까.
일본어는 꽤 재미있었지만, 일본어를 전공으로 삼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일본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던 친구들이 많아서였다. 영어야 어차피 해야 할 테니 굳이 전공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고.
그러던 어느 날, 러시아가 눈에 들어왔다. 스무 해 가까이 살면서 눈을 딱 두 번 봐서 그런지, 눈이 펑펑 내린다는 그 나라가 괜히 궁금해졌다. 그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말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가능하면 대학교에서 전공 언어로 배우고도 싶었고.
대학교 전공으로 땅땅 결정 내리기 전에 미리 배워봐야지 싶었다👀 그래서 독학하려고 교재를 샀다. 푸쉬킨하우스에서 나온 <러시아로 가는 길 1>. 야자할 때 조금씩 공부했다. 형식이 낯선 말이라 진도를 많이 나가지는 못했지만, 대학교 전공으로 해도 나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도 주변에 떠들어댄 덕분에 ㅋㅋㅋㅋ 선생님들과 주변 친구들은 내가 러시아어과를 지망한다는 사실을 전부 알고 있었다.
고2에서 고3 넘어가던 겨울방학. 고3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성적을 크게 올릴 기회라고 온 선생님들이 우리를 닦달하던 그 시기. 나는 학교 게시판에서 이런 공지를 발견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제3외국어 위탁교육(⭐러시아어⭐) 희망자 모집
1개월 과정에 참여하고 싶었던 나는 곧장 담임 선생님의 허락을 받으러 갔다. 일본어를 전공하셨던 담임 선생님은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지금 수능 성적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네 인생에서 전공할 외국어를 미리 겪어보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선생님의 배려로 위탁교육을 들은 덕분에, 나는 러시아어를 전공해도 되겠다는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원래 문과는 전공 안 살리는 경우가 많다지만 ㅋㅋㅋㅋ 애초에 통번역 하려고 러시아어를 전공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나는 스물세 살 무렵부터 통번역 일을 시작했다.
해외 체류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린 나한테 들어오는 일감은 많지 않았다. 생활비는 과외로 대부분 충당했고, 일은 한두 달에 겨우 하나 들어오는 정도였다. 가끔 들어오는 일감으로 소소하게 이력서를 채워갔다.
주로 들어왔던 일은 방송 번역이었다. 새벽 시간대에 급하게 작업물을 보내줘야 해서 밤샘 작업을 할 때도 많았다. 엔딩 크레딧에 올라가는 내 이름을 보고 싶어서 본방송을 꼭 챙겨보기도 했다(분명 내가 작업을 했는데도 엔딩 크레딧에 이름 안 올라간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요즘은 작업을 진행하지 않지만 당시 작업했던 작업물을 올려본다.
이외에도 한창 일 받을 무렵 많이 했는데, 제대로 기록을 남기지 않은 게 아쉽다. 아직 기억에 남는 작업물은 딱 이 정도.
블로그에 팬 번역을 했다가 인연이 닿아서 아예 러시아 드라마를 통째로 번역한 일도 있었다. 지금은 티빙에서도 볼 수 있게 풀렸더라. 1~2시즌은 내가 전부 다 했고, 3시즌은 중반부터 내가 다시 맡았다. 러시아에서 석사 유학할 때 했던 작업.
예카테리나 2세 1화 | TVING
1744년 러시아 제국. 아이가 없었던 엘리자베타 황제는 독일 홀슈타인 고토르프 영지에서 조카인 표트르를 데려와 후계자로 삼는다. 그러나
www.tving.com
나중에 귀국하고 나서 맡았던 작업물.
지금은 일정 상 방송 번역을 할 수 없지만, 다양한 분야를 다루면서 나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현재는 게임 번역을 주로 하는 중.
한곳에 근무하는 직업이 아니라 근로자로 보호도 못 받아서 그동안 힘든 일도 많이 겪었지만(돈 떼먹힌다든지, 번역료 입금이 차일피일 미뤄진다든지,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일이 쏟아진다든지 등등)🥲 그만큼 보람찼던 경험도 많았다. 외국어를 우리 말로 옮기는 작업 자체에 여전히 흥미가 있기도 하고.
요즘은 시대가 달라져서 더는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어졌나 싶은 생각도 종종 든다. 그동안 내가 배운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지는 건가 하고 울적해지는 때도 가끔 있지만👀... 아직도 외국어를 배우는 일이 재미있는 만큼 쭉 근본 취미를 유지해볼 생각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남의 의견 따지지 않고 내 멋대로 결정한 진로. 마지막까지 내 마음대로 해 봐야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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